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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

최신 단거리 이착륙 무인기, Mojave

by viggen 2023. 11. 17.

UAV, 즉 무인기(사실 이것도 영어로는 드론이라고 부르지만)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바로 프레데터와 리퍼다. 그 중에서도 프레데터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상징과도 같은 존재로 유명세를 탔고, 그 발전형이라 할 그레이 이글은 지금도 미 육군의 주력 무인기로 남아있다.

길게는 25시간이나 체공이 가능하니 지상군의 머리 위에서 적을 계속 감시-정찰해 줄 수 있거니와, 위협을 발견하면 공군이나 포병을 따로 부를 것도 없이 장착된 헬파이어 미사일로 민첩하게 적을 제거하기까지 하는 그레이 이글은 현대 미 육군에게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장비이다.

 

지난 8월, 모하비 사막에서 이착륙 테스트중인 모하비


그런데, 그레이 이글에는 한계가 있다. 바로 이착륙할 장소다. 좀 짧아도 제대로 된 활주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레이 이글과 그 전신인 프레데터 모두 운용을 위해 필요한 활주로의 길이는 1,500m이다. 이런저런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그레이 이글의 경우 이륙에 850~1,200m, 착륙에 1,000~1,200m의 길이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니까 1,200m정도는 필요한데 안전등을 이유로 여유를 두면 1,500m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이 정도면 길이 자체도 거의 전투기에 필요한 활주로에 가깝고, 또 포장 활주로여야 한다. 즉 전투기 정도를 운용할 비행장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최근 등장한 무인기가 바로 미국의 ‘모하비’다. 프레데터-리퍼-그레이 이글로 이어지는 미군용 UAV개발의 주역인 제너럴 아토믹이 2021년에 첫 비행을 공개한 모하비는 미 육군의 무인기 운용 패러다임을 크게 바꿀 잠재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미 해병대까지 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참고로 미 해병대는 현재 체공시간 연장형 리퍼, 즉 리퍼-ER 도입중).


모하비의 최대 특징은 바로 매우 짧은 활주거리다. 지난 8월 초 공개된 이착륙 시험에서 모하비는 겨우 175m 거리에서 이륙에 성공했고 100m거리에서 착륙했다. 위에 쓴 그레이 이글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짧아진 셈이다.

물론 탑재 장비나 무장, 연료 탑재량등에 따라 이게 달라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300m면 각종 감시장비와 20시간 체공이 가능한 연료를 싣고 이륙할 수 있고, 9시간 체공을 하면서 감시정찰은 물론 12발의 헬파이어 미사일까지 탑재한 상태로도 488m의 활주로만 있으면 된다. 현재 이론상 최단거리 이륙에 필요한 거리는 152m라고 한다.

이게 가능해진 것은 날개를 바꿨기 때문이다. 날개가 새로 개발된 단거리 이착륙(STOL)용 고양력 주 날개이기 때문에 가능해진 것으로, 기존에는 불가능하던 매우 짧은 이착륙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렇게 짧은 거리면 미 해군의 상륙함이나 항모등에서도 운용이 가능하고, 육군도 공군기지급 설비 없이 야전의 비상활주로 정도에서도 충분히 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모하비는 비포장 활주로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8월 초에 모하비의 이착륙 시험이 이뤄진 곳도 이름을 딴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의 공터였다. 포장된 활주로가 없는 그냥 평지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게 가능한 것은 날개만 바뀌어서 된 것이 아니다. 일단 엔진 자체가 다르다. 그레이 이글의 경우 엔진이 겨우 165마력짜리 피스톤 엔진이다. 반면 모하비는 450마력의 가스터빈(롤스로이스 M250)이다. 즉 추진력도 확실히 강해진 것이다. 이게 가능해진 것은 날개가 바뀌면서 연료 탑재량도 늘어나서 힘이 좋아졌다. 최대 체공시간은 약 24~25시간으로 그레이 이글과 별 차이가 없다. 아무것도 안 싣고 연료만 실으면 최대 27시간 체공 가능한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랜딩 기어도 비포장 활주로용의 터프한 것으로 바뀌었다. 기존 프레데터/그레이 이글의 랜딩 기어는 약해보이지만 모하비의 랜디기어는 비포장 활주로에서도 운용할수 있도록 견고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바뀐 부분들이 준 새로운 변화가 있다. 바로 ‘체급’과 탑재량이다. 덩치 자체는 기존의 프레데터-그레이 이글과 큰 차이가 없는데 체급과 탑재량이 갑자기 리퍼에 근접해버린 것이다.

실제로 그레이 이글은 최대이륙중량이 1.6t이고 리퍼는 4.76t이다. 모하비는 3.175t으로, 그레이 이글을 아득하게 뛰어넘는다.


무게가 이렇게 늘어나니 적재량도 확 늘어났다. 모하비의 적재량(페이로드)은 1.6t. 그레이 이글이 360kg인 것과 비교하면 네 배가 훌쩍 넘는다. 모하비의 페이로드가 그레이 이글의 최대이륙중량과 맞먹으니 그 차이가 얼마나 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확 늘어난 페이로드는 무장을 확 늘리는데 특히 많이 기여한다. 기본적으로 모하비에 사용되는 감시정찰 및 통제체계는 그레이 이글의 것을 그대로 쓰거나 개량된 것이 사용되는 수준이라 무게나 부피도 별 차이가 없다. 즉 그레이 이글과 비교해 무장을 압도적으로 늘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리퍼가 페이로드 1.7t인 것과 비교해 그레이 이글의 페이로드는 별 차이가 없다. 그러다 보니 하드포인트(무장 장착대)도 7군데나 되고, 헬파이어 미사일은 16발이나 달 수 있다. 탑재할 수 있는 무장도 리퍼처럼 1,500파운드(680kg)까지는 안되지만 그래도 650파운드(290kg)까지의 무장은 달 수 있으니 500파운드급 JDAM정도는 여유로 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기껏해야 50kg짜리 헬파이어 네 발 다는게 한계이던 그레이 이글과는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이처럼 모하비는 그레이 이글의 덩치에서 리퍼와 비교될만한 퍼포먼스를 뽑아내는 신박한 물건이다. 리퍼를 대체까지는 못하겠지만, 육군이나 해병대가 이걸 채택하면 공군의 리퍼에 대한 의존도가 꽤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기체의 성능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아주 짧은 활주로’나 ‘비포장 활주로’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200~300m의 평지만 있어도 모하비의 운용이 가능하다. 즉 앞서 운용한대로 해병대의 상륙함도 운용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포장된 활주로가 없는 곳이라도 운용이 가능하다. 

해병대가 원정작전을 할 때 특히 요긴한 특성이기도 하지만, 육군 입장에서도 상대가 예상하지 못한 곳, 혹은 갑자기 전개되어 비행장 확보가 안된 곳에서도 고성능 무인기를 운용해 작전에 큰 도움이 되게 할 가능성을 열어준다. 게다가 기존 그레이 이글보다 화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감시정찰과 연계된 유사시 근접화력지원 측면에서도 큰 업그레이드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모하비는 유사시 긴급전개를 위해 그레이 이글처럼 작게 접어서 포장해 C-130으로 실어나를 수 있고, 네 명의 운용요원이 1.5시간만 고생하면 조립해 낼 수 있다. 

일단 현 시점에서는 아직 어느 나라, 어느 군대도 채택하지는 않았다.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도 않은 상황이니 말이다. 하지만 미 육군과 해병대가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특히 해병대는 제대로 눈독을 들이는 모양이다. 

사실 모하비는 원래는 수직이착륙(VTOL)까지 가능하게 만들려고 했다는데, 좁은 곳에서 사용할 목적이라면 이것이 가장 이상적이기는 하다. 해병대의 사용까지 염두에 뒀다면 VTOL은 매우 요긴한 기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VTOL로 얻는 이익이 손해보다 크냐는 것이다.

VTOL은 많은 연료와 복잡하고 무거운 추진체계를 필요로 한다. 소형 드론이면 모를까, 톤 단위로 무게가 나가는 무인기라면 원래 능력에서 깎아먹을 부분이 상당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메이커에서는 VTOL을 무리하게 고집하지 말고 이착륙은 하되 이착륙 거리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STOL방식으로 선회했고, 덕분에 많은 장점을 얻게 됐다.

 

최근 영국 해군의 프린스 오브 웨일즈 항모에서 이착함 테스트중인 모하비


미국 뿐 아니라 영국도 현재 퀸 엘리자베스급 항공모함에서 이착함을 포함한 각종 테스트를 받는 중이다. 영국 역시 항모를 이용한 원정작전을 한다면 함상에서 운용 가능한 모하비같은 무인기의 존재가 매우 요긴할테니 말이다. 아직 개발이 완료된 상태는 아니지만, 모하비는 잘 하면 앞으로 미국과 영국의 주력 무인기중 하나로 자리잡을 잠재능력을 가진 기체일지도 모른다. (글 월간 플래툰 2023.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