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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F-4 Phantom

영공수호 첨병 F-4E 팬텀기 퇴역 : F-4D, RF-4C 그리고 F-4E

by viggen 2024. 3. 24.

'방위성금 헌납기'로 국민 전폭기로 사랑받아
AGM-142 Have Nap 혹은 Popeye로 알려진 유도미사일로 전략목표 타격 임무 선봉 역할 수행
KF-21 보라매가 팬텀 대체
베트남전과 중동전서 맹활약... 가장 많이 제작된 전폭기

50년 넘게 한국 영공을 지켜온 한반도 수호의 영웅 중 하나인 F-4 팬텀이 오랜 임무를 끝으로 고단한 날개를 접는다.
수원의 공군 제10 전투비행단 예하 제153 전투비행대대에서 배치되어 있던 F-4E가 6월 7일 퇴역식을 끝으로 퇴역한다.
1969년 베트남전 참전 보상책으로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후 영공 수호의 첨병역을 담당해오던 팬텀은 추억의 갈피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함대 방어용으로 개발된 F-4기... '미그 킬러'로 명성 구가

팬텀은 1958년 첫 비행 후 1961년부터 실전 배치됐다. 미 해군의 항공모함에서 발진하는 함대 방어용으로 개발됐다.
항공모함이나 구축함 등 함정에 적기가 접근하기 이전에 요격할 목적으로 개발된 팬텀은 그러나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의 군통합 명령에 따라 공군과 해병대도 임무 특성에 맞게 개량한 기종을 운영했다.

미국은 1958년부터 1981년까지 23년동안 F-4A부터 F-4E까지 모두 5,195대를 제작했고 한국, 영국, 호주, 이스라엘, 일본, 이란 등 11개국이 도입해 운영해왔다. 미 공군은 F-4C,F-4D,F-4E 및 F-4G를, 미 해군가 해병대는 F-4B,F-4J, F-4N,F-4S 및 RF-4B등을 운용했다.
(앞서 올린 F-4 각형식 참고 : https://viggen.tistory.com/entry/23070701)

 

F-4E 팬텀 전폭기 야간 출격 - Phantom 형식별 사진들

F-4E 팬텀 전폭기가 야간 임무 비행을 위해 출격하고 있다. 전세계 팬텀운용국중에서 개조되지 않은 오리지날 팬텀을 보유한 유일한 나라가 우리 공군이다.1990년대 초반에 F-4D와 F-4E를 업그레이

viggen.tistory.com

 
팬텀은 공중전은 물론이고 지상군에 대한 근접항공지원, 폭격, 심지어는 핵폭탄까지 투하할 수 있는 다목적 전투기로 분류된다. 
애초 함대 방어기로 개발된 만큼 초기 기종은 공대공 미사일만 적재했다. 그러나 베트남전이 격화하기 시작한 1967년부터 F-4D의 경우 20mm 기관포포드를 장착하며 F-4E부터 본격적인 공중전용으로 기관포를 기수에 장착했다. 북베트남(월맹)이 소련으로부터 제공받은 MIG-21 전투기를 상대로 하는 공중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였다.

팬텀은 중량만 30t이 넘는 육중한 기체에도 공중전에서 명성을 떨치기 시작했다. 2기의 General Electric J79-GE-17A 터보제트 엔진을 장착, 각각 드라이추력 11,905 lbf (52.96 kN) . A/B 작동시 17,845 lbf (79.38 kN)의 추력을 가진 엔진 덕에 높은 추력과 상승기동을 통해 사격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 날렵한 MIG-21기 등 상대기를 잇따라 격추시켰다. 이에 붙은 별명이 '미그 킬러'였다.

베트남전 기간 팬텀이 MIG-21을 떨어뜨린 격추율(kill ratio)은 여전히 기밀로 분류돼 있다. 그러나 이 분야의 전문가인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윌리엄 화이트 연구원은 1:2나 1:3으로 팬텀이 유리했다고 추산했다.
실제로 1972년 여름 동안 북베트남 상공에서의 공중전에서 북베트남군은 MIG-21 12대, MIG-17 및 MIG-19 4대 등 모두 16대를 잃었다. 반면, 팬텀 격추 대수는 11대로 팬텀이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973년 4차 중동전에서도 이스라엘 공군은 127대의 팬텀을 동원해 이집트, 시리아 등 아랍연합군의 미그 전투기보다 우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공군 F-4 들이 베트남전에서 월맹의 MiG-17,MiG-19,MiG-21를 격추시킨 각종무장 등 기록 분석표

F-4C AIM-7 Sparrow 4 0 10 14
AIM-9 Sidewinder 12 0 10 22
20 mm gunpod 3 0 1 4
Maneuvering tactics 2 0 0 2
F-4D AIM-4 Falcon 4 0 1 5
AIM-7 Sparrow 4 2 20 26
AIM-9 Sidewinder 0 2 3 5
20 mm gunpod 4.5 0 2 6.5
Maneuvering tactics 0 0 2 2
F-4E AIM-7 Sparrow 0 2 8 10
AIM-9 Sidewinder 0 0 4 4
AIM-9 and 20 mm gunpod 0 0 1 1
20 mm gunpod 0 1 4 5
Maneuvering tactics 0 1 0 1
합계 33.5 8 66 107.5


F-4E 전폭기의 경우 전장 19.17m, 최대이륙중장 28.02t,  최대 속도 마하 2.27, 최대항속거리 3,180km로 최대 7.25t의 무장적재능력을 갖췄다. 공대공미사일(AIM-4 팰콘, AIM-9 사이드와인더, AIM-7 스패로, 그리스와 독일 F-4F ICE는 AIM-120 AMRAAM 등), 공대지미사일(AGM-12, AGM-65 Maverick 6기 혹은 AGM-62 Walleye 4기, AGM-45 Shrike, AGM-88 HARM, AGM-78 Standard ARM 등의 경우 각 4기, AGM-142 1기 등), 범용 폭탄(4× GBU-15, 18× Mk.82, GBU-12
5× Mk.84, GBU-10, GBU-14등, 18× CBU-87, CBU-89, CBU-58) 그리고 핵폭탄( B28EX, B61, B43 및 B57) 등 다양한 무장을 운용할 수 있다. 

미국은 적 방공망 제압 임무를 위해 F-4G형을, 정찰임무를 위해서는 RF-4C형을 도입했고 QF-4 공중표적기, 시험기, 미사일과 레이더 표적 등으로 팬텀을 사용해왔다.

미 공군은 2016년 12월 21일 뉴멕시코주 Holloman 공군기지에서 QF-4 팬텀기의 '마지막 비행'을 갖고 팬텀기를 공식 퇴역시켰다. 마지막 남은 13대는 미 플로리다주 틴들 공군기지의 제53 비행단에 배속돼 F-35 라이트닝 II 스텔스 전투기 등의 최첨단기 지상표적으로 활용돼왔다.


◇한국 공군, 1969년 F-4D기 임대를 시작으로 '팬텀시대' 개막...

한국은 1969년 1개 대대 분량의 F-4D 기종을 도입한 것을 시작으로 팬텀시대를 열었다. 팬텀 도입은 쉽게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당시 박정희 정부의 '협박'이 도입을 성사시킨 일등공신이다.
 
공군이 팬텀을 들여오기 전만 해도 북한 공군력은 한국 공군에 비해 수적으로 2배 이상인 데다, 성능 면에서도 우수한 MIG-21기 등 최신예기도  보유하고 있었다. 게다가 깊게 분산 배치된 작전기지들의 주요 장비 및 시설물들은 엄체화 또는 지하화돼 있었다. 당시 북한 공군은 5분 내지 15분 이내에 항공기 150여대를 전 기지에서 비상 출격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공군은 북한의 이 같은 기습공격 능력과 주변국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1966년 ‘공군력 증강 5개년 계획서’를 통해 1968년부터 F-4D 팬텀을 도입할 것을 박정희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 무렵은 1968년 1월21일 북한 특수작전부대 1.24부대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이틀 뒤 1월23일 동해상에서 발생한 미 해군 정보함 ‘푸에블로’호 납북사건 등이 발생한 때였다. 여기에다 울진삼척지구에 대한 북한 특수작전부대 대규모 침투사건까지 발발하면서 안보위기는 고조됐다.
 
삼척, 울진 무장공비 사건 등도 연이어 일어나면서 한국 정부는 당시 베트남에 파병한 한국군 병력 상당수의 철군을 진지하게 검토했다. 미국은 자국 다음 규모의 대병력을 파병한 국군이 철군하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뻔해 사이러스 밴스 전 국방차관을 특사가 방한했고 한국 정부는 밴스 특사에게 F-4D기를 요구했다.  
 
이에 미 정부는 한국에 1억달러의 군사차관을 약속했다. 같은해 4월 18일 하와이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당시 박 대통령는 린든 존슨 미 대통령으로부터 한국군 현대화 약속을 받아내는 조건으로 철군 카드를 접었다. 다음달 28일에 열린 한미국방장관회담에서는 한국군이 미 군사차관으로 중고 F-4D 6대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또 1972년 한국이 보유 중인 F-5A/B 경전투기 36대를 베트남에 보내는 대신 한국에 무상으로 F-4D 18대를 무기한으로 임대해줬다. 이에 한국의 공군력은 24대의 F-4D기를 운용하는 수준으로 증강됐다. 
 
1975년 4월 28일 북괴의 독재자 김일성의 중공 방문후 발표한 북중 공동성명에 북중 양국은 주한미군 철수와 북한 통일전선전략에 대한 중국의 지지가 담겼다. 이에 박정희 대통령은 다음날 특별담화를 통해 북한의 남침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한 후 강력한 대비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4월 30일 베트남이 공산화됐다. 
 
베트남전이 끝나자 미군은 무상임대했던 F-4D 18대의 반납을 요구했다. 이에 공군 전력의 감소를 우려한 정부는 국민성금 163억원을 모아 71억원으로 1975년 이 중 5대를 구매했다. 이 5대가 ‘방위성금헌납기’로, 공군은 헌납 전투기 편대를 ‘필승편대’로 명명했다. 12월 12일 수원기지에서의 헌납식 직후 방위성금헌납기들은 2시간 동안 전국을 순회비행했다. 
이후 공군은 F-4D를 추가 도입했고, 대구 제2전투비행단에서 F-4D 74대를 운용하면서 팬텀은 공군 주력기로 자리매김했다.
 
방위성금헌납기라고 씌여진 F-4D 팬텀

 
대전 현충원에 전시된 정체불명 도색의 방위성금헌납기 F-4D


F-4D 도입에 이어 우리 공군은 발전형인 F-4E와 정찰기종 RF-4C를 도입했다. 한국 공군은 무려 222대의 F-4기(F-4D 92대, F-4E 103대, RF-4C 27대)를 보유하면서 공군의 주력 전투기로 한반도 영공을 지키는 주력기로 활약했다. 공군의 현대화 계획에 따라 1990년대 이후 F-16, KF-16, K-15K, F-35A가 잇따라 도입되면서도 팬텀은 '든든한 맏형' 역할을 톡톡히 했다.
  
1969~1989년에 도입한 F-4D의 경우 2010년 6월 퇴역할 때까지 100대 이상 운용했다. F-4D 생산 당시 설계수명은 4000시간이었지만 미 공군은 1974년부터 1983년까지 항공기 동체와 날개 등 18개 부위를 보강하는 항공기 기골보전 프로그램을 통해 수명을 8000시간으로 연장했다. 한국 공군도 1979년부터 1989년까지 이를 적용해 수명을 연장했다. 이후 한국 공군은 정비사들의 노력으로 다시 F-4D 경제수명을 9600시간으로 추가 적용하며 41년을 운용했다.


마지막까지 F-4D를 운용한 151 비행대대는 단일 기종 41년 운용, 24년 7개월 무사고라는 기록을 세우고 2010년 6월 해체됐다. 중고기체들임에도 너무나 오래동안 운용해온 덕분에 부품부족으로 다른 기체의 부품을 떼어내 사용하는 동류교환이라는 극약처방까지 받아가면 마르고 닳도록 사용한 것이다.

 

2010년 퇴역식의 F-4D 팬텀

 
공군은 F-4C를 개조한 중고 RF-4C 정찰기 18대를 1989~1990년 도입했다. RF-4C는 1966년 11월부터 1973년까지 503대가 생산됐다. 한국 공군은 미 공군이 운용하던 RF-4C 정찰기를 1990년 9월 15억4000만원을 주고 처음 구매하여 북한군에 관한 정보 수집에 적극 활용해 왔다. RF-4C는 2014년 6월 한국 공군에서 퇴역했다.
 
정찰형 RF-4C의 첫 도입은 1988년에 미국이 합의하여 판매된 것으로서, 같은 해에 주한 미 공군 제460전술정찰대대(460th TRG)소속의 RF-4C 12대와 숫자미상의 AN/ALQ-131 ECM 포드가 인도됐다. 
1989년에 6대가 추가 인도되었으며, 1990년에 마지막 분의 미 공군 제460전술정찰대대 소속 RF-4C 9대가 인도되어 총 27대의 RF-4C를 제10전투비행단 예하 제39정찰비행전대 소속 제131전술정찰비행대대에서 운용했다.
  
연장운용을 고려해 ROI사제 KS-146B LOROP (Long Range Oblique Photography) 포드를 탑재했지만 무거운 중량으로 고기동 정찰비행이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했고 기체 자체도 너무 낡아 F-16 전투기에 이스라엘제 정찰 포드를 도입하여 2014년부터 대체됐이다.

 
F-4E의 경우 우리 돈으로 37대를 구입한 역사적 전투기이다. Peace Pheasant II프로그램에 따라 1976년 F-4E Block 64 19대 (76-0493/0511)를 발주하여 1977년 인도됐고 1978년 F-4E Block 67 18대 (78-0727/0744)를 발주/인도 받아, 1978년 제11전투비행단 제152전투비행대대에, 1979년 6월 제153전투비행대대에 배치됐다.
이 청주의 제17전투비행단을 거쳐 수원의 10전투비행단으로 이전했으며 2024년 퇴역을 앞두고 있다.

도입 기체가운데 78-0744 기체는 5057번째 Phantom II로서 역사상 마지막으로 생산된 F-4이다. 그러나 사고로 남해 바다에 추락한 비운의 기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된 1979년 10월26일 하루 전인 10월25일 미국 세인트루이스 보잉공장에서 마지막으로 생산한 팬텀 전투기 기체를 인수받았다. 


신조기체 도입 이 후 미 공군 저장분(MIMEX)으로 1982년에 F-4D 6대와 1985년에 F-4E 4대가 인도됐으며, 1987년 12월부터 1988년 4월 사이에 24대의 F-4D형 (총액 7,700만 달러), 1988년에 F-4E 24대, 1989년 오산 미 공군 제51전투비행단(51st TFW)이 F-16C/D로 기종전환 되면서 F-4E 1개 대대분 19대를 포함한 30대 (2억 4,600만 달러)의 F-4D/E가 추가 인도되었다.

도입 후 F-4D의 IRDS (Infrared Detecting System)를 제거하고 AN/ALR-69 RHAWS (Radar Homing And Warning System)를 장착하는 개량이 적용됐고 F-4E에 전천후 임무를 확대할 수 있도록 1984년 AN/AVQ-26 Pave Tack 레이저 목표지시 포드 8기를 발주하여 1987년에 수령했으며 적어도 4대가 탑재할 수 있는 형태로 개조됐다. 좌측 날개에 둥근 모양의 카메라같은 것이 바로 그것이다. 

팬텀의 개량 시도도 있었다. 1989년 국방부는 레이더 및 항전장비를 교체하는 F-4D/E의 근대화 계획에 대해 공고했으며 1993년 독일 DASA는 38대의 F-4E에 대하여 적합한 BVR 능력을 부여하는 일련의 개량안을 제시했고 미국 Rockwell사 또한 Westinghouse사의 AN/APG-66 레이더를 바탕으로 개량계획을 제안했다. 그러나 개량에 투입되는 자금으로 비용 대 효과면에서 신형 전투기 도입이 유리하다는 공군 수뇌부의 판단에 따라 개량 사업이 취소되면서 팬텀의 고난한 역사가 지속됐다. 

북괴 수뇌부 타격을 위해 약 30기의 F-4E에 Lockheed Martin/Rafael사의 AGM-142 Raptor/Popeye 스탠드 오프 (Stand-Off) 지대공 미사일 장착 능력을 부여하는 소규모 개량사업이 실시된 것이 그나마 현재까지 팬텀을 유지해온 이유였다.

 
청주의 F-4E 들은 F-35A의 도입으로 자리를 내주기위해 1개 대대 20여대를 수원기지로 이전 배치했다. 2024년 6월 퇴역하는 F-4E 팬텀은 설계수명인 생산 후 45년이 되는 해다. 팬텀의 창정비를 수행한 대한항공은 2022년 5월 26일자로 F-4E 창정비사업을 마감했다. 이후 정비시기가 돌아온 팬텀을 차례로 퇴역시키며 부품 돌려막기와 정비사들의 헌신으로 운용 수명을 연장해온 팬텀은 개조조차 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 모습을 가진 채 KF-21으로 대체될 것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팬텀을 운용중인 국가는 그리스 터키 이란 및 한국 4개국이다.
그리스 공군은 독일의 기술지원으로 F-4E ICE형으로 개수한 F-4E APU 18대를 운용하며 2024년을 기준으로 퇴역을 시작한다.
터키는 이스라엘의 기술로 개량된 F-4E 2020 Terminator 54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가동숫자는 20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많은 댓수를 운용중인 (숫자상) 이란은 62대의 F-4D, F-4E 및 RF-4E를 보유한다고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