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그기 킬러’ ‘하늘의 도깨비’ 등으로 불리며 지난 53년간 한반도 상공을 지켜온 F-4D 팬텀 II 전폭기는 1969년 미국에서 6대를 최초 인수 후 수명을 "무려" 2번이나 연장해가며 운용했다. 결국 지난 2009년 8월 29일로 도입 40년을 맞으며 F-15K와 임무를 교대하고 퇴역했다.
1968년 북한 무장공비의 청와대 기습사건과 미 푸에블로호 피납사건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밴스 미 특사의 방한을 계기로 팬텀기 도입논의가 제기됐다.
이후 우리나라는 베트남전쟁에 국군의 대규모 파병이 결정되면서 그 공백으로 한반도가 북한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기 힘들어진다는 우리 주장이 호놀룰루 정상회담과 2차의 한미국방수뇌회담에서 합의되어 F-4 도입이 결정됐다.
당시 우리 공군은 F-5와 F-86 등 구형전투기를 운영해 왔다. 그마저도 당시 우리나라가 비용을 지불하고 구매한 것인 아니고 냉전시대에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지키려는 미국의 공여 정책에 의해 무상으로 도입해 겨우 공군으로써 모양새를 유지하고 있던 시절이었다.
1968년 미 공군으로부터 F-4D 6대를 대여 받아 전환훈련대대를 편성 기종전환훈련을 위한 운용을 시작한다. 이 대여기는 미 공군에 반납해야했지만 1975년 12월 12일 방위성금으로 5기를 구입한다. 이것이 '방위성금헌납기'로 알려진 기체다.
당시 F-4D 팬텀 전투기는 미 공군에서도 막 실전배치가 이뤄지고 있던 최신예 기종이었고 미국 외 영국과 이란에 이어 한국이 세계에서 세 번째로 도입·운용한 국가로 동북 아시아 최강의 항공전력을 보유했다는 기록을 남겼다.
우리 공군의 본격적인 팬텀 F-4D 운용 계기는 미국의 Peace Spectator 프로그램에 의해 제1차로 1969년 8월 25일 F-4D Block 24형 4대, 25형 13대, 26형 1대, 총 18대를 인도받아 이 기체들을 제11전투비행단 제151전투비행대대를 창설해 배치한 것이다. 1969년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10달러 수준에서 국군의 베트남전 3차 파병과 관련해 제공된 특별군원 1억달러 중 64%인 6400만달러가 소요됐다. 1970년 1대의 F-4D Block 28이 도입된 것으로 보도됐다.
제2차 F-4D 도입은 1972년 미국에 의해 공여된 한국 공군이 보유하던 F-5A 36대와 RF-5A 8대를 베트남으로 전환 이관하는 대신 대여분으로 주한 미 공군 제3전투비행단 소속 F-4D 18기(Block 26·27·28)가 우리 공군 제110전투비행대에 이관, 재편성된 것이다. 제2차 도입 팬텀은 미국으로부터 대여라는 형태를 취했지만 몇 대가 일시 사용 후 반려되었을 뿐 대부분은 그대로 우리 공군의 보유기가 됐다. 그 밖에 1973년 1대의 F-4D Block 27을 수령했다.
미국의 군사원조와 국민 방위성금으로 1969년 본격 도입되기 시작한 F-4D는 기골보전 프로그램과 기골보강 등을 통해 당초 설계수명인 4천 비행시간을 배 이상 훌쩍 넘겨 9,600시간으로 조정, 2010년까지 사용하기위한 수명연장 사업을 진행했다. 30년 운영 노하우와 예방정비로 결함건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였다고 하지만 조종사 평균 연령보다 항공기 평균 기령이 더 많은 전 세계에서 유일한 F-4D 운용국으로 그 이름을 길이 남겼다.
이렇듯 대한민국 공군은 베트남 전쟁 참전을 기점으로 미국으로부터 F-4 팬텀 최신예기를 도입했으며 이후 전체 도입 기체 수는 200대가 넘었으나 순차적인 퇴역이 진행돼 2024년 4월말 기준 7대의 F-4E만 남았다.
운용 기지는 17전투비행단에 F-4E 3개 대대가 운용되다가 F-35 도입으로 1개 대대로 개편되어 10전투비행단에서 운용 중이며, 10전투비행단 39전대에 RF-4C 1개 대대가 배치되어 운용 중이었으나 지난 2014년 RF-4C는 모두 퇴역했다. 대구 기지의 F-4D 20기도 F-15K를 인수함에 따라 전 기체가 이미 2009년 6월 16일 자로 퇴역했다.
10전비 153대대에 남은 F-4E는 2025년까지 전량 퇴역예정으로, 일부 기체는 기골 보강 등 수명연장 작업이 실시됐다.
우리나라는 현재 F-4D, F-4E, RF-4C 기종을 포함하면 53년을 운용해왔다. 전 세계 운용국 가운데 기록적인 23년간 무사고라는 신화를 이어가기도 했지만 이를 위해 너무 낡은 기체를 420대 논리에 맞춰 젊은 조종사들의 목숨을 담보로 무리하게 숫자 맞추기를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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