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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자주포

개발 취소된 58구경 장포신의 XM1299 ERCA 자주포

by viggen 2024. 4. 21.

지난 3월 8일, 미 국방부는 구형 M109 곡사포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중이던 XM1299 슈퍼 자주포 프로그램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들어 미국이 개발을 취소시킨 일련의 신무기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155mm 자주곡사포 프로그램인 XM1299는 2025 회계연도에 자금 부족에 직면했다. Doug Bush 육군 획득, 물류 및 기술 담당 차관보는 지난 가을에 시제품을 완성했지만 생산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총 20개의 시제자주포가 제작되었는데, 2대는 지뢰 및 탄도 시험 중 파괴용으로, 나머지 18대는 포병 대대의 추가 테스트를 위해 제작됐다.
자금 지원을 중단한 가장 큰 이유는 시험 중에 발생한 기술적 문제로 특히 58구경의 매우 긴 포신(약 9m)이 과도하게 마모된 것으로 나타났다.


값비싼 노력의 포기


대부분의 최신 155mm 구경 자주포는 52구경의 포신을 사용하는 반면, M109 계열과 M777을 비롯한 미국산 자주포는 39구경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군 획득사령부는 기술 성숙도를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기존 솔루션'을 모색중이다. 이 중에는 Panzerhaubitze 2000 에 장착된 것과 동일한 독일제 포를 M109A7 자주포에 장착하여 개량한 M109-52가 있다.

XM1299는 미군이 잠재적 적에 대해 상당한 사거리 우위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ERCA(Extended Range Cannon Artillery : 확장 사거리 야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긴 포신과 확장된 탄약실은 표준 탄약을 사용하면 43~93마일, 로켓 지원 발사체를 사용하면 81~93마일의 사거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한 분당 최대 10발의 높은 발사 속도를 자랑하면서도 약 44톤의 비교적 가벼운 중량을 유지했다. 또한 새로운 사격 통제 시스템을 통해 사격 정확도가 향상됐다. 안타깝게도 미군 포병 부대는 폴란드, 프랑스, 독일 포병 부대를 계속 부러워했고, 이는 미 육군 역사에서 낯설지 않은 감정이다.


XM1299를 넘어 전통을 유지하다


불과 두 달 전인 2월 미 육군은 퇴역한 Bell OH-58D Kiowa를 대체할 새로운 정찰 및 공격 헬기를 공급하기 위한 미래 공격 정찰기(FARA) 프로그램은 예산 제한과 전략적 변화의 또 다른 희생양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경쟁 기종으로는 Bell 360 Invictus와 LM S-97 Raider 등이 있었다.
재정적인 이유 외에도 전장에 대한 전략적 재평가가 유인 헬기보다 정찰 임무에 드론을 선호하는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AH-64D/E Apache  공격 헬리콥터는 인적 지원이 부족할 것이다. 드론이 이 격차를 어느 정도까지 메울 수 있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2023년 9월, 미 육군은 다른 업그레이드 중에서도 SEPv3 변형을 대체하기 위한 M1A2 SEPv4 Abrams 프로그램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었다.

새로운 Abrams 변형은 향상된 사격 통제 시스템, 경쟁 통신 시스템, 자가 진단 기능, 프로그래밍 가능한 탄약 XM1147을 활용하기 위한 데이터 링크가 특징이었다. 이 결정은 상당한 무게(약 74톤, 완전 전투무장 시 79톤 이상)와 높은 연료 소비로 인해 지속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Abrams의 현재 개발 경로에 영향을 받았다.

승무원에게 필요한 안전과 화력을 유지하면서 더 가볍고 기동성이 뛰어나며 비용 효율적인 새 버전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됐다. 2021년 5월, 최대 1000마일의 사거리를 목표로 했던 전략 장거리 대포(SLRC : Strategic Long-Range Cannon) 프로그램은 미국이 INF 군축 조약에서 탈퇴함에 따라 취소된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상 70억 달러가 투입된 2004년 Boeing-Sikorsky RAH-66 Comanche 헬리콥터 프로젝트, 110억 달러가 투입된 2002년 XM2001 Crusader 자주포와 같은 유사한 프로그램이 여러 차례 종료된 바 있다.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된 것은 미국 납세자들에게 320억 달러가 소요된 미래 전투 시스템 (FCS : Future Combat Systems) 프로그램으로, 미 육군의 거의 모든 중화기를 새로운 경궤도 차량으로 대체하려다 2009년에 종료됐다.
낭비였을까요?
이러한 취소가 반드시 자원 낭비와 동일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미 육군의 지속적인 개발 노력과 국가 방위 산업의 병행 발전을 보여준다. 실패한 것처럼 보이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종종 귀중한 기술 발전에 기여함으로써 미래의 성공적인 이니셔티브를 위한 토대를 마련한다.

또한 미국 엔지니어들은 FCS, XM-907 155mm 58 Caliber 자주포 또는 FARA와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함으로써 미래 무기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중요한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의 역사는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준다. XM2001 Crusader 자주포이 없었다면 XM1299도 없었을 것이고, XM1299는 미국 포병 기술의 미래를 위한 길을 닦았다.